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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한 상담자, 수행하는 상담자

 

  1960대에 심리상담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이후 지금까지 우리나라 상담 영역에는 많은 변화가 지속되고 있다. 심리적 문제의 이해와 그것이 삶에 미치는 ‘달갑지 않은 영향’이 인식되면서 상담자를 찾아 도움을 받는 일이 더 이상 부끄러운 일이 아닌 것은 분명한 듯하다. ‘드러냄’과 ‘감춤’, ‘솔직함’과 ‘억눌림’의 묘한 모순을 가지고 있는 우리사회, 그리고 그 속의 우리들에게 상담은 어쩌면 우리 마음의 가려운 곳을 시원히 긁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이렇게 심리적 문제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사회는 더 많은 상담자를 요구하고 있고, 많은 학문영역에서 정말 과도하다 싶을 만큼, 경쟁하듯 상담자 배출에 나서고 있다.

 

  한 가지 현상에는 늘 좋고 나쁜 것이 함께 따라다니는 듯, 지나치게 커져가고 있는 상담자의 숫적인 팽창을 마주해서는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다. 전문성을 갖춘 상담자로, 좀 더 인격적인 상담자로, 최고로 성숙한 상담을 향한 다양한 움직임과 노력들이 함께 맞물려 돌아가야 하는데, 과연 ‘우리는 그러한가?’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여러 선생님들이 뜻을 모아 일궈낸 가온누리심리상담연구원의 개원을 맞아 성숙한 상담자의 일면들을 함께 되새기며 축하인사를 대신하려 한다.

 

  상담에는 소위 말하는 ‘상담자 효과’가 있다. 다양한 이론들의 차이와는 무관하게 상담자가 어떤 사람인지가 상담의 효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주요 이론들에서 제시하는 기법과 개입을 잘 익히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상담자의 인격적 측면에 대한, 관계적 측면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절실하다는 뜻이다. 상담자의 양적 팽창에 대한 대비책이든, 상담자 효과라는 연구결과에 대한 실천이든, 성숙한 치료자의 인격적 자질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해 보인다. 몇 가지 점에서 성숙한 치료자의 모습들을 그려볼 수 있다.

 

 

 

141477_88102_547.jpg 깨달음의 안내자 십우도

 

  첫째, ‘상담자 자신의 심리적인 문제를 지속적으로 해결하려는 태도’이다. 자신의 문제가 해결된 만큼 내담자를 이끌 수 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자가 자기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에게 길을 안내할 수 없다.’는 말의 핵심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인간은 누구나 크고 작은 심리적 어려움을 가지고 살아간다. 여기에 상담자가 예외가 되지는 못한다. 자격증이 그 상담자가 심리적 문제로부터 해결되었다는 것을 보장해 주는 것도 아니다. 그런 일이 없길 바라지만, 어떤 상담자들은 자신의 복잡한 심적 문제로부터 도피의 수단으로 상담자가 되기도 한다. 자신의 심리적 문제를 부인하고 외면하는 상담자들은 자신이 인생뿐만 아니라 내담자의 인생도 어지럽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둘째, ‘상담자의 욕망 해결의 수단으로 내담자를 이용하지 않는 태도’이다. 상담자가 외로움을 달래는 수단으로, 무능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는 수단으로, 누군가 내 힘에 굴종하고 굴복하고 있다는 권위욕을 만족시키는 수단으로, 누군가 나를 인정하고 칭찬해줬으면 하는 인정에 대한 바램을 충족시켜주는 수단으로 내담자를 이용하는 것은 내담자에게 극히 해롭다. 문제는 상담자가 자신의 이러한 욕구충족의 수단으로 내담자를 사용하고 있다는 자각조차 없는 경우이다. 또한, 해결되지 못한 욕망의 벽이 너무 두터워, 그 안에 상처와 두려움이 자리잡고 있다면 자기도 모르게 춤추는 욕망의 흔적들을 바로 알아차리기는 매우 어렵다. ‘항상 깨어있으라.’, ‘알아차리라.’는 말은 집착과 갈망이 큰 상담자들에게는 사실상 지켜질 수 없는 말에 가깝다.

 

 

  셋째, ‘내담자에 대한 자비심과 공감하는 마음’이다. 자비심은 내담자가 현재 겪고 있는 심리적 고통, 반복되는 문제들로부터 내담자가 벗어나길 바라는, 순수하고 진정한 바람이다. 치유되길 바라는 마음이며, 내담자가 각자 자신의 마음 안에 있는 건강한 측면이 최대한 발휘되기를 바라는, 상담자의 온전한 진심이다. 이러한 자비심을 바탕으로 상담자는 수준 높은 공감을 할 수 있는데, 바로 내담자가 시시각각 경험하는 부정적, 긍정적 감정에 함께 머무는 상태가 바로 공감이다. 자비심과 공감은 공감적 응답, 공감적 의사소통으로 드러나 내담자에게 전달되며 상담자의 효과적인 치유기제로 작용된다. 자비심과 공감을 다른 싱으로 표현하면, ‘판단을 중지하는 것’, ‘내 생각과 가치관을 가지고 내담자를 재단하지 않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상담자 또한 한 문화, 한 사회, 한 가족 안에서 다양한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온 개별적인 존재이기에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작용하는 ‘옳은’, ‘그른’, ‘맞는’, ‘틀린’과 같은 상담자의 집착과 견해가 강할수록 상담에서 ‘자비심’과 ‘공감’이라는 지혜의 강이 흐르기는 어렵다.

 

 

 

  위에서 언급한 ‘상담자 자신의 심리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 ‘상담자의 욕망해결의 수단으로 내담자를 이용하지 않는 태도’, 그리고 ‘내담자에 대한 자비심과 공감하는 태도’는 중요한 이론들에서 공통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성숙한 상담자의 특성들이다. 그렇다면, 이를 어떻게 성취할 수 있는가? 우선, 철저한 교육분석, 즉 ‘상담자의 상담’에서 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어떠한 이론적 접근에 따라 상담자 자신의 치료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상담자의 치료를 통해 상담자가 해결되지 않는 욕망이나 욕구, 심리적인 문제가가 상담에 방해가 되는 부분을 충분히 보고, 어느 정도 해결한 후에 상담에 임하라는 제안이다. 사실, 상담자들은 자신을 건강한 방식으로 변화시킨 경험을 자산으로 해서 내담자의 문제 앞에 겸허히 설 수 있는 것이다. 그런 후에야 나를 믿고 자신을 열어주는 내담자의 인생의 무게를 견딜 수 있는 것이다.

 

  욕구를 건강하게 해결하고 해소할 수 있는 다양한 자원들을 개발하는 것도 방법이다. 외로움을 내담자에게 채우는 대신 외로움을 적절하게 해소할 수 있는 건강하고 성숙한 인간관계를 구축할 것이다. 칭찬받고 인정받고자 하는 마음에 휘둘리지 않도록 충분한 자부심을 갖추는 것도 해당된다. 건강하게 욕구가 충족된 삶에 대해 강조이며, 자신의 욕망을 건강하게 만족시킬 수 있는 자원을 개발하고 구축하라는 것인데, 매우 현실적인 조언이다. 친밀감을 경험할 수 있는 건강한 애착관계,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다양할 활동들은 여기에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여기까지는 중요 이론들이 제안하는 공통적인 해결책이다. 마지막으로, 나는 한 가지를 덧붙이고 싶은데, 바로 “수행하는 상담자”이다. 수행하는 상담자란 이제까지 성숙한 상담자가 되기 위해 언급한 다양한 노력들을 상담자로서의 삶이 지속하는 한 내내 지속하여 연마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자신의 문제에 늘 깨어있고, 현재에 집중하며, 끝없이 생기고 사라지는 자신의 욕망에 딸려가지 않고, 욕망을 알아차려 비워내고, 내려놓을 수 있는 상담자이다! 오랜습관으로 자리를 잡아 일거수 일투족에 영향을 미치는 상담자 자신의 심리적인 핵심을 늘 관찰, 경험하면서 그것을 녹여내는 과정을 게을리 하지 않는 상담자이다. 그로 인해 내담자에 대한 자비심과 공감이 억지로 일어나는 것이 아닌, 있는 그대로 향기로 베어나는 상담자이다! ‘무엇을 하되 한 바가 없는’ 상담자이며, 상담자 역할을 해내는 상담자와는 거리가 멀다. 이러한 상담자를 나는 ‘치료된 상담자’라고 말하기 보다는 ‘수행하는 상담자’라고 말한다.

 

  상담자로서 이제 사회에 나가 누군가의 심리적 문제를 마주 안아야 하는 가온누리인들에게, “나 자신, 내담자, 그리고 주변을 밝히는... 수행하는 상담자가 되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이문희 교수.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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